복음소식지

복음소식 98호

박지웅 목사. 서울 내수동교회

 

사랑은 치러내는 것

 

 

한때 공전의 히트를 친 최루성 소설 ‘가시고기’를 읽다가 나도 그만 눈물을 줄줄 흘린 적이 있다. 지하철 안에서 부담 없이 책을 펼쳤는데, 그만 가시고기의 사랑과 같은 아버지의 사랑에 감전이 되어 울었다. 주위 사람들의 눈이 의식되어 무작정 아무 역에나 하차를 했다. 지하철 벤치에 앉아서 울다가 다시 차에 올랐는데, 또 다시 울음보가 터져서 두 번째 내리는 소동을 벌였다. 원래 천성적으로 마음이 약해 슬픈 장면을 인내하고 보지 못하는 내 성격 탓도 있었지만 다른 요인이 함께 작용했다. 하나는 당시 첫째아이가 막 태어나서 나도 아버지가 된 상황이었고, 또 하나는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 오버랩됐기 때문이었다.

 

그 소설을 읽은 뒤 실제로 ‘가시고기’라는 물고기의 일생을 조사해 보니 놀라웠다. 가시고기는 지구상 어류 중에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우는 유일한 어종이라고 하는데, 특이한 것은 암컷이 산란을 하고 떠난 자리를 지키며 부화를 위한 모든 수고는 수컷의 몫이라는 것이다. 새끼를 키우기 위한 수컷의 헌신은 눈물겹도록 놀랍다.

천여개나 되는 알을 하루에 한 번씩 뒤집어 주며, 알이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점액질을 분비한다. 알 도둑의 침입을 막기 위해 수초로 위장막을 치고 온 몸으로 부채질을 한다. 이렇게 24시간 동안 제대로 먹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으면서 새끼들을 돌보다 가시고기의 몸은 그만 지쳐서 푸르게 퇴색된다. 주둥이도 헐고 지느러미도 헐어 결국 알이 부화하고 난 뒤에 가시고기의 힘은 다 빠져서 생의 최후를 맞게 된다. 오로지 새끼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바치고 생을 마감하는 가시고기!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다.

아비의 주검으로 새끼들이 모여든다. 마지막 남은 육체도 새끼들의 먹이로 내어놓은 것이다. 새끼들은 아비의 살을 뜯어 먹으며 물속의 생을 시작하는 것이다.

소설가 서영은씨는 사랑을 이렇게 정의했다. 사랑은 치러내는 것이라고. 사랑이라는 추상명사를 동사로 풀이하면 ‘치러내다’ ‘감당하다’가 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상대는 가만히 있는 인형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그 생명체의 발버둥을 감당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강한 사람, 더 사랑하는 사람이 잡혀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예수님도 바보처럼 당하기만 하셨다. 죄인들의 본성과 발버둥을 말없이 감당하시고 치러내셨다. 한 교회의 지도자로서 요즘 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 교인들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나름대로 한 가지 대답을 찾았다. 가시고기처럼 다 주는 것이 아닐까? 치러내는 것이 아닐까? 대답은 잘한 것 같은데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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