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소식지

복음소식99호

민해 혜원여고 교장

 

 

입학식 단상, 칭찬으로 자라는 나무 


 

“우리 사회가 불신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남을 인정하는 연습이 안 돼서다”

 

입학식의 계절이다. 학교마다 새내기들이 마치 봄눈 속에 꽃망울 터지듯 교정을 환하게 한다. 꽃샘추위에 봄 신령이 저만치 머뭇거리는 듯 보이지만 새내기들의 설렘과 대견하게 바라보는 부모의 미소가 입학식장에 가득하면 교정엔 벌써 봄이 시작되었다.

 

새로 산 교복에서 묻어나는 풋풋한 냄새, 몇 번을 입어 봤지만 아직 어색하기만 한 차림, 아이들은 밤새 거울 앞에서 자신의 옷태를 비춰보며 가슴 설레었을 것이다. 우리네 어린 시절 설빔으로 새 옷을 입을 때의 기쁨과 까까머리에 새 교복을 입고 모자를 써 봤을 때의 흥분을 요즘 아이들도 느낄까? 원하면 언제든 새 물건을 가질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은 아마도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입학식장에 들어선 아이들의 눈망울엔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가 가득해서 지켜보는 마음이 뿌듯해진다.

 

초·중·고·대학 입학식장에 모인 아이들은 성장의 계단만큼 서로 다른 빛깔들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 새내기는 귀밑에 솜털이 보송보송하고, 중학교 새내기는 이마에 여드름이 송송 맺히기 시작한다. 고등학교 새내기들은 코밑이 거뭇거뭇하고, 대학교 새내기들은 치켜든 눈썹이 당차다. 기성의 완고한 틀에 끼워 맞춰지지 않은 그들의 눈빛에 교정이 또 다시 새로 태어나니 학교는 늘 살아 숨쉬고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기발한 생각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고, 발랄함과 엉뚱함으로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아이들을 바라보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오르는 날이 입학식이다.

 

새내기들은 호기심과 생각이 많다. 내 짝은 착한 아이일까? 혹시 일진은 아닐까? 우리 선생님은 열정적인 분일까? 자상한 분일까? 우리 반 분위기는 활발할까? 조용할까? 모두들 어떤 친구를 사귈 것인지 열심히 탐색하고, 친구와 선생님에게 어떻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인정받을 것인지 고민하고, 멋진 관계 형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런데 설렘과 두려움은 한 집안 두 가족이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긴장은 자신을 다잡게 하고 주변과 교감을 위한 창을 활짝 열게 한다. 아이들은 평소 자신의 모습과 다르게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을 크게 하며 선생님과 친구의 반응을 살핀다. 주변 분위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교실 내 작은 움직임에도 의미 파악의 코끝을 벌름거린다. 어떤 아이는 평소보다 말수가 적어지고 어깨가 굽어지며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무턱대고 관심과 격려를 기다리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도 습관처럼 안다. 저렇게 나대는 녀석들도 자신처럼 가진 게 적어서 불안하다는 것을….

 

교사와 학교도 마음이 분주하다.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춰 교재를 준비하고, 새로 배정 받은 아이들을 알아가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일상은 이렇게 숨 가쁘게 흐르지만 무엇보다 교사들은 가장 중요한 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얻고 학생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잘못을 고치게 하기 위한 질책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의 행동과 말 속에서 긍정적인 것들을 찾아내어 ‘그래, 그렇구나’ ‘맞아, 네 생각이 옳다’ ‘어떻게 이런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니?’ ‘참 믿음직스럽구나’하고 반응을 보여줄 때 아이들의 생각나무는 쑥쑥 자라고, 아이들의 세상 바라보는 눈은 싱싱해진다는 것을 우리 교사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학교장 모임에서 하루에 칭찬을 5번 이상 하자고 칭찬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고도성장을 위해 잘못된 부분을 빨리 찾아내고 수정하는 일에 급급했던 우리 사회가 불신의 사회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남을 인정하는 칭찬 연습이 되지 않아서일 것이다. 자신의 잘못은 돌아보지도 않고 언제나 남의 심판자로 잘못을 지적하는 일에만 골몰하지 말고 격려를 체질화한다면 얼마나 행복한 사회가 될까? 민생을 해결하기 위한 멋진 정책도 못 내면서 날 선 비판만 일삼는 정치권에도 하루 5번 칭찬하기 운동을 조심스럽게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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