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소식지

복음소식103호

박지웅 내수동교회 담임

 

예수님의 데모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하나의 코미디다.” 20세기의 위대한 희극 배우 찰리 채플린의 말이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박수를 쳤다. 그리고 그를 다시 봤다. 희극 배우의 입에서 나올 말이라기보다는, 인생을 달관한 철학자의 입에서 나올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인생의 크고 작은 고통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보면 인생은 역시 비극이다. 그러나 한 발 물러나서 쳐다보면 이유도 목적도 없이 맹목적으로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이지 코미디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대학에서 학장을 지낸 분이 중병이 들어 임종을 준비하게 되었다. 신실한 부인 집사님이 남편이 인생 마지막을 잘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신앙도 가지고 유언도 해서 주변을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목사님이 찾아가자 학장님이 대뜸 하신 말씀은, “내가 왜 죽어!” 목사님은 기가 막혔다. 안타깝게도 그의 이 말이 인생의 마지막 유언이 되고 말았다. “내가 왜 죽어!”라는 말로 그는 인생을 정리한 것이다. 쓴웃음을 자아내는 코미디다. 채플린의 말이 옳다.

 

인생이라는 코미디는 웃음보다는 슬픔을 자아낸다. 그리고 그것은 고통이 만드는 슬픔보다도 더 진한 슬픔을 주는 것 같다. 이 슬픔이 예수님으로 하여금 데모를 하게 했다. 일례로 베데스다에서 38년 된 병자를 고친 사건은 예수의 데모였다. 그것도 얌전한 데모가 아닌 과격한 데모였다. 생각해 보라. 이 사건으로 유대인들은 예수를 죽이려고 했다. 왜냐하면 그날이 안식일이었기 때문이다. 안식일만 아니어도 문제는 없었다. 예수님은 꼭 안식일에 그를 고쳐야만 했는가? 아니, 38년 동안이나 병상에 누워있었다면 하루 늦게 고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이 무엇인가? 죽음의 위협을 받으면서까지 굳이 예수님은 그를 안식일에 고쳐야만 했는가? 그렇다. 병자들이 진을 친 베데스다를 안식일에 찾아가심으로써, 질병과 죽음의 권세 아래 있는 이 세상에는 ‘안식이 없다’는 것을 고발하신 것이다. 베데스다는 ‘안식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다. 예수님은 목숨을 걸고 데모를 하신 것이다. 예수님의 열정 때문이었다.

 

최근 학교폭력을 못 견디고 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불현듯 이 세상이 정떨어질 정도로 혐오스러웠다. 이 세상에 ‘안식 없음’을 외치며 데모하시던 예수님의 열정을 생각하니, 나 자신과 교회가 너무도 무력하게 느껴졌다. “CCTV를 고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이 CCTV 역할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인간의 죄성은 하나님의 사랑 외에 소망이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교회도 목숨 걸고 데모해야 할 것이 아닌가? 온몸으로 데모하신 예수님을 생각하니, 아픈 현실을 쳐다보고만 있는 것 같아서 괴롭고 죄송스럽다. 그리고 인생이라는 코미디가 오늘따라 더 슬프게 다가온다.

 

List of Articles
NO Subject Writer Date Read
23 복음소식116호 관리자 2013.07.04 6830
22 복음소식 115호 관리자 2013.07.04 6668
21 복음소식 114호 관리자 2013.07.04 6756
20 복음소식 113호 관리자 2013.07.04 6389
19 복음소식 112호 관리자 2013.07.04 6473
18 복음소식 111호 관리자 2013.05.28 5162
17 복음소식110호 관리자 2013.05.22 5266
16 복음소식 109호 관리자 2013.05.22 5410
15 복음소식 108호 관리자 2013.05.08 5235
14 복음소식 107호 관리자 2013.05.01 5177
13 복음소식 106호 관리자 2013.05.01 5274
12 복음소식 105호 관리자 2013.04.16 5146
11 복음소식 104호 관리자 2013.04.10 5280
» 복음소식103호 관리자 2013.04.02 5388
9 복음소식 102호 관리자 2013.03.30 5238
8 복음소식 101호 관리자 2013.03.27 5249
7 복음소식 100호 관리자 2013.03.13 5192
6 복음소식 99호 관리자 2013.03.11 5351
5 복음소식 98호 관리자 2013.02.26 5280
4 복음소식 97호 관리자 2013.02.19 5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