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소식지

박지웅 서울 내수동교회 담임

하나님의 눈을 의식하며

 

 

성도들을 대상으로 제자훈련반을 인도할 때였다. 나는 훈련생들에게 좀 특이한 숙제를 내본 적이 있다. 하루의 일과를 다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스스로 한 가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나는 오늘 어느 정도 하나님의 임재를 의식하면서 살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다섯 가지 등급으로 대답을 나누어서 스스로 체크하는 것이다. 이런 숙제를 낸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신앙은 결국 이 질문으로 귀결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 수도원장이 모든 제자들에게 새 한 마리씩을 나눠주면서 말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각자 손에 든 새를 죽여서 가져오너라.” 얼마 후에 제자들은 스승의 말대로 죽은 새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런데 수도원장이 가장 아끼는 애제자가 새를 죽이지 못하고 산 채로 가져왔다. 그를 시기하던 다른 모든 제자들은 그의 실책을 흐뭇하게 여기고 있었다. 원장이 물었다. ‘너는 왜 새를 죽여오지 않았느냐?’ ‘선생님, 아무도 저를 보지 않는 곳을 저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하나님은 저를 쳐다보고 계셨고, 저는 새를 죽일 수 있는 장소를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수도원장의 입가에는 사랑과 기쁨의 웃음이 피어올랐다.

신앙은 복잡하지 않다. 한마디로 ‘하나님의 눈을 의식하며, 그 앞에서 사는 것!’ 그것이다. 성경을 보며 다윗의 위대함을 신선하게 발견한 적이 있다. 자신의 손으로 성전을 짓고 싶어 했지만 결국 허락지 않으시는 하나님 앞에서 묵묵히 조연 역할을 성심껏 감당했던 다윗. 나는 그의 고백을 보며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뭇 사람의 마음을 감찰하시고 모든 의도를 아시는 하나님!’ 그렇다. 비록 자기 손으로 성전을 짓지는 못해도 자기 마음을 알고 계시고, 쳐다보고 계시는 그 하나님을 의식하고 있었기에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밤마다 내 심장이 나를 교훈한다’고 말한 것처럼 그의 심장은 하나님의 눈을 의식하면서 매 순간 뛰고 있었다.

 

필리핀 선교사였던 프랭크 루박(F C Laubach)은 45세에 자기 신앙에 대한 근본적인 불만을 느끼고 일생일대의 결심을 했다. 15분 내지, 30분 단위로 하나님을 의도적으로 의식하겠다는 결심이다. 그 후 그는 고백한다. 타자기를 두드리며 하나님을 느낀다는 것이다. “목수는 못을 박으며 하나님으로 충만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 우주의 어디에 누워서도 내 아버지의 영으로 충만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황홀한 전율이 나에게 넘치고 있습니다.”

 

나와 함께 제자훈련을 했던 훈련생들이 똑같은 아우성을 질렀다. ‘내가 이렇게 하나님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나는 이름만 크리스천이었지 실제로는 영적인 이방인처럼 살았더군요!’ 바로 그걸 깨닫자고 내준 숙제였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느꼈다면 다행이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성이 날마다 도마 위에 오르는 요즘, 우리는 하나님의 눈을 의식하면서 살고 있는지, 신앙의 구구셈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 해볼 만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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