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소식지

정의승

“생명의 주권자는 오직 하나님”

월남전 참전의 교훈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한 나는 최선을 다해 훈련을 받았다. 교회에서 콩나물 자라듯 크리스천이 돼 갔듯이 점차 군인이 돼 갔다. 4년간의 사관학교 시절은 고됐지만 보람이 있었다. 이 땅의 남아로서 조국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헌신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는 생각에 피곤한 줄 몰랐다.

 

그러나 나는 해군의 주류가 되지 못했다. 영어를 잘했던 나는 해군에서 주로 미국과의 군사 원조일에 투입됐다. 당시 한국군의 상황은 아주 열악했다. 대부분이 미국 원조에 의해 꾸려졌다. 따라서 한국군에게 미군과의 원조 협의는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였다. 나는 그 일에 집중했다. 당시 상황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한때 그 일에 종사하게 된 것이 지금생각해도 자랑스럽다. 그러나 그 일 자체가 해군의 주력은 아니었다. 육군의 주류는 보병이고 해군은 항해를 하는 사람들이 주류가 된다. 군인이라면 치열한 전투 현장에서 살아나야 주역이 될 수 있다. 나는 베트남에도 파견됐고, 군에서 보내주는 유학도 다녀왔다. 동기생들이 부러워할 만한 커리어였지만 해군참모총장이 되는 주류 코스를 밟지는 않았다.

 

1969년 해군 백구부대의 군수장교로 월남(지금의 베트남)에 파견됐다. 백구부대 본부는 사이공에 있었다. 가끔 다낭이나 나트랑 지역으로 출장갔지만 대부분 사이공에 머물렀다. 당시에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사이공 탄손루트 공항에 주월 미군사령부가 있었다. 나는 늘 미군과의 협조를 위해 미군사령부에 들락거렸다. 그러나 사이공에 있어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당시 월남에는 뚜렷한 전선이 없었다. 일선과 후방의 경계가 모호했다. 후방에서도 베트콩이 자주 출몰했다.

 

어느 날 아침 식사 후 출근하는데 갑자기 총성이 울렸다. 총알이 ‘핑’ 하고 바로 옆으로 날아갔다. 나는 도처에서 출몰하는 베트콩들을 보면서 ‘이 전쟁은 결코 이길 수 없는 전쟁이구나’란 생각을 했다. 연합군은 베트남 대중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미국과 한국, 호주 등 연합군들이 월남 정부를 도왔지만 정작 월남 사람들은 정부를 돕지 않았다. 베트콩이 군중 속에서 총을 쏘면 월남인들은 고발하지 않고 오히려 숨겨줬다. 그래서 베트콩 입장에서 장기적인 게릴라전이 가능했다. 그때 베트콩 지도자였던 호찌민이 탁월한 리더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비록 정부 입장에서는 반군 리더였지만 국민 통합을 이뤘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에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통합된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도자는 대중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러면 된다. 대중의 마음을 얻게 되면 그 힘으로 자신 있게 국정을 추진해 나갈 수 있다. 대중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지도자의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대중들은 진정으로 헌신하는 지도자를 마음으로 따르게 마련이다.

 

월남에서 나는 생명의 주권자는 오직 하나님뿐이라는 사실을 더욱 확신했다. 전쟁터에서 삶과 죽음이 정말 가까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도처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며칠 전에 함께 이야기 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주검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나님이 살려 주시면 살고,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으면 이 땅에서 떠나야 한다. 그래서 누구도 인생을 자신할 수 없다. 하나님의 보호하심 안에 사는 것이다. 그 보호하심 아래 무사히 월남 근무를 마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것이 은혜였다. 나는 월남에서 1년반 근무했다. 현지 월남한인교회도 정성껏 섬겼다. 월남에서의 시절은 나에게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절실히 느끼게 해줬다.

 

List of Articles
NO Subject Writer Date Read
23 복음소식116호 관리자 2013.07.04 6830
22 복음소식 115호 관리자 2013.07.04 6668
21 복음소식 114호 관리자 2013.07.04 6756
20 복음소식 113호 관리자 2013.07.04 6389
19 복음소식 112호 관리자 2013.07.04 6473
18 복음소식 111호 관리자 2013.05.28 5162
17 복음소식110호 관리자 2013.05.22 5266
16 복음소식 109호 관리자 2013.05.22 5410
15 복음소식 108호 관리자 2013.05.08 5235
» 복음소식 107호 관리자 2013.05.01 5177
13 복음소식 106호 관리자 2013.05.01 5274
12 복음소식 105호 관리자 2013.04.16 5146
11 복음소식 104호 관리자 2013.04.10 5280
10 복음소식103호 관리자 2013.04.02 5388
9 복음소식 102호 관리자 2013.03.30 5238
8 복음소식 101호 관리자 2013.03.27 5249
7 복음소식 100호 관리자 2013.03.13 5192
6 복음소식 99호 관리자 2013.03.11 5348
5 복음소식 98호 관리자 2013.02.26 5280
4 복음소식 97호 관리자 2013.02.19 5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