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운 김태한 (鳳雲 金泰漢)

복음학원 설립 교장

언어과학회 초대회장ㆍ계명대학교 2대총장

현재) 재단법인 복음장학회 이사장 · 대구남산교회 원로장로

저서) 갚을 수 없는 恩惠ㆍ눈물로써 못 갚을 줄 알아ㆍ몸으로 드리는 산 제사 外 다수

 

갈림 길에서

 

  

 근 70여’연간 사귀어온 친구가 죽음의 문턱에서 허덕일 때 필자는 양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을 수도 없이 기도를 드렸다. 그 이유인즉 이 친구가 세상 떠나면 저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 가슴을 메웠기 때문이었다.

 

 그는 전공분야에서 고도의 지식을 갖추었고 재능은 뛰어났다. 재벌 같은 부귀영화는 누리지 못했으나 삶의 불편은 조금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던 선비였다.

 

 이 세상에는 돈을 많이 가진 사람, 권세를 한 몸에 지닌 사람, 명예를 가진 사람, 쾌락을 마음껏 누린 사람이 적지 않다. 재물과 권력, 세상 것을 많이 가졌다 해서 진정한 행복이 동반되고 있느냐에 대한 확신은 없다. 왜, 세상의 것은 순간적이요 찰나적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은퇴교수들과 고적 명승지에 관광여행을 봄, 가을로 하고 있다. 목적지를 관광하고 귀로 여행버스에서 맥주, 소주를 한잔한 70~80대나 된 노교수들은 흘러간 노래로 흥을 돋운다. 필자의 차례가 되어 필자의 18번의 노래는

 

       푸른 산 저 넘으로 멀리 뵈는

       새파란 고향하늘 그리운 하늘

       언제나 고향집이 그리워 울 때면

       멀리 뵈는 하늘만 바라봅니다.
 누가 작사하고 작곡한지 알 수 없고 청소년 때 들은 것이다. 이 노래로 내 몫을 다하면 우레와 같은 박수다.

 

다음 노래는 얼그래 취한 교수들이 춤을 추면서 흥겹게 부른 노래이다.

 

        노들강변에 봄버들 휘늘어진 가지에다가

        무정세월 한허리를 칭칭 동여서 매어나 볼까

        에헤요 봄버들도 못 믿으리로다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서 가노라

 

        노들강변 푸른 물 네가 무슨 망령으로

        제가가인 아까운 몸 몇몇이나 데려갔나

        에헤요 네가 진정 마음을 돌려서 이 세상

        쌓인 한이나 두둥실 역어서 가노라

 

 너무 자주들은 노래인데 가사는 부르는 사람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어찌되었든 노년의 교수들이니 이제 앞날이 멀지 않음을 꿈에도 잊지 않으나 동료 친구들이 많이 있으니 지나간 상처나, 다가오는 죽음을 순간적이나마 잊어버리고 노래에 흠뻑 빠진다.

       

 다음 이야기는 1970년대에 신혼부부들의 행복한 기쁨의 표정, 활기찬 사랑의 말과 신체의 움직임을 내가 똑똑히 본 것이다.
  서울역에서 오후 6시발 새마을호 경주행 열차를 탔다. 열차 실내에 들어서자 깜짝 놀란 것은 양쪽 좌석에 꽃같이 아름다운 신혼부부들이 자리를 꽉 메웠다. 나는 혼자 좌석에서 3시간 이상 이 신혼부부들의 움직임을 흥미롭고 재미있게 바라보았다. 서로 몸을 부비며 안고 있는 부부, 마주 앉아 눈빛을 반짝이면서 연방 웃으며, 사랑을 속삭이는 부부, 손을 맞잡고 놓을 줄 모르며 기뻐하는 부부, 각양각생으로 서로의 사랑을 표시하는 광경을 어느 영화장면을 보는 것보다 더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수십 쌍의 신혼부부들은 여행 안내자의 박자에 맞추어 노래도 부르고, 게임도 하고, 때로는 명창 선발대회도 하면서, 사랑 표현 창출에 열을 돋우고 있었다. 너무 흥미롭게 보고 있었기에 내가 동대구역까지 도착하는 데 한 시간 밖에 안 걸린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차에서 내렸다.

 

TV나 잡지에서 우리는 상업모델 여성들이 상품 선전수단으로 나타나는 것을 본다. 그들의 빛나는 눈초리, 화사한 복사꽃과 같은 얼굴, 섹시한 몸매는 대중의 시각을 자극하고 황홀하게 한다.

 생명을 걸고 암벽을 오르고 바다 속을 탐험하는 마니아. 그들이 삶을 담보로 극한의 도전을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김재휘 교수는 이들의 도전을 ‘자아실현’으로 표현한다. 심리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피라미드형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에 따르면 인간의 맨 밑바닥에는 의식주와 성욕이 포함된 생리적 욕구가 있고, 그 위에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안전 욕구, 관계와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애정 욕구, 존경받고자 하는 욕구 등이 층층이 존재한다. 그리고 가장 꼭대기에는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자 하는 자아실현 욕구가 존재한다.
 

 김 교수는 “욕구의 초종 단계인 자아실현을 위해 극도에 도전하는 행태가 있다”며 “하위 욕구들이 채워지지 않은 개발도상국보다 선진국에서 이러한 마니아적 성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부호들이 행글라이딩을 하고 클라이밍을 즐기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도전과 성취를 할 때 얻는 즐거움,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간다는 기쁨이 그들을 마니아의 세계로 이끈다는 것. 도전에 뒤따르는 위험은 크지만 그보다 더 큰 자극을 원하는 인간은 극한에 몰입하게 된다.

 김 교수는 ‘자아실현’을 정확히 한 단어로 정의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어떤 것에 집중적으로 몰입할 때, 쾌락을 느낄 때, 시공간을 잊고 행복감을 느낄 때도 자아실현이라고 표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러한 극한의 스포츠뿐 아니라 주기저인 봉사활동과 취미생활 등 각기 다른 영역에서도 자아가 실현됨을 느낀다. 공통적인 것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기뻐할 때 인간은 더 확실히 자아실현에 도달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니아들은 함께 자아를 실현할 그룹을 생성하게 되고 그 안에서 관계와 소속감을 느끼며 계속적으로 자아실현을 추구한다. 생성된 그룹에서는 ‘소속감’이라는 애정 욕구도 함께 충족된다.

 김 교수는 “인간은 안정적인 환경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다른 한편으론 진부하고 고요한 것을 싫어한다”면서 “사회에서 추구하는 자극의 정도와 개인이 추구하는 자극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마니아적 성향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우리 주변이 달라졌다. 많이 배워서 지식의 홍수에 떠내려 갈 정도이다. 많이 배웠다고 우쭐거려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수출입 물량이 세계 11위권이고, 조선업 능력은 세계 1위이다. 그러므로 배가 부르니 흥청망청 술 중독에 빠지고 자살율, 이혼율, 교통사고율이 세계 몇 위에 속하는지 계산해 보는가.

 

 우리는 인간성 상실과, 인간 가치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가. 주변 이웃 국가들은 우리를 흔든다. 자존심이 매우 상한다. 그렇다고 당장 대처 방법이 있는가. 그것은 국민의 일치단결의 힘이다. 이 점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전능을 절대 의지하고 화합하고 단결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우리는 갈림길에서 어느 길을 택하여 가야 하나의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에 도달했다. 한번 택한 길을 다시 뒤돌아 오기에는 너무 힘들다. 잔잔히 생각하고 선택해야 한다.

 

 필자는 다음 말씀을 좋아 한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를 통하지 않고 아버지께로 올수 없다."(요14:6)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따르는 것이 제일 인정되고 복된 길임을 확신하면서 모든 분들께 권하고 싶다.

 

 

2012. 9. 6 

복음선교관에서

갈림 길에서

List of Articles
NO Subject Date Read
15 순수한 사랑은 없을까? 2013.03.21 8136
14 성공 할려면 2013.03.21 7944
13 사랑의 눈 먼 주님 2013.03.21 7968
12 부조리의 출구(出口) 2013.03.21 7965
11 마음의 공간을 채워야 2013.03.21 8016
10 교회 문턱에서 2013.02.21 6516
9 겉과 속이 다른 ‘나’ 2013.02.21 6787
» 갈림 길에서 2013.02.21 6634
7 가짜에 속지 말자 2013.02.21 6623
6 집착과 십자가 2013.02.21 6577
5 90세 생일 축하연 2013.02.20 6656
4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 주먹보다 더 큰 상처 준다 2013.02.20 6674
3 두 가지 사건 2013.02.20 6536
2 사랑의 눈 먼 주님 2013.02.20 6615
1 기다림의 미덕 2013.02.19 7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