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소식지

 복음소식 94호

‘지진참사’ 아이티 탁형구 선교사

“대재앙에 놀랐고 사랑의 파도에 또 놀랐다”

 

 

 

“지진이라는 재앙을 통해서 복음과 사랑의 파도가 밀려왔다고나 할까요….”

3년 전 아이티를 강타한 대지진 참사를 온몸으로 겪었던 탁형구(63·아이티선교사협의회 회장) 선교사의 고백이다. 그는 고 인승칠 선교사에 이은 아이티 ‘2호’ 선교사이자 현지에서 14년째 활동 중인 최고참 한국인 선교사다. 신병 치료차 일시 귀국한 탁 선교사를 16일 경기도 고양의 거처에서 만났다.

 

그는 아직도 ‘그날’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2010년 1월 12일 오후 4시12분. 아내인 이봉례 선교사가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봉제공장에서 사목으로 활동하던 그는 정문 앞에서 퇴근하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중이었다.

“갑자기 눈앞에 보이는 도로가 파도 물결치듯이 융기(隆起)해 밀려오면서 공장건물을 치고 나가더라고요. 그 사이 담장은 우르르 다 넘어가고, 건물 벽에는 쭉쭉 금이 가고, 미싱 기계와 선반 위 물건들은 죄다 나자빠졌어요. 다들 혼비백산해서 피할 곳을 찾아 도망가고….”

현지생활 10년 만에 처음 겪는 악몽 같은 순간이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하지만 지진이 발생한지 꼭 일주일 만에 그는 기적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이 아이티에 집중됐어요. 카리브해 한가운데 있는 전라도 크기의 작고 가난한 국가에 세계인들이 사랑의 손길을 내밀더라고요. 1804년 아이티라는 나라가 생긴 이래 그런 사랑은 아마 처음일 겁니다. 이곳 아이티 정부 지도자들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깜짝 놀랐으니까요.”

 

당시 그와 한인 선교사들은 현지를 방문한 한국의 NGO 및 교계 지원팀원들의 통역과 더불어 구호물자 전달 등을 돕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그때만 해도 현지의 한인선교사는 그와 백삼숙 목사(여), 박병준·김용재 선교사 등 4명뿐이었다.

탁 선교사는 무엇보다 참사가 발생하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교회와 NGO들의 다양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는 데 깊은 감명을 받았다.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사역이 고아들을 위한 고아원 설립·운영과 교육 분야입니다. 우리나라 NGO들과 교계의 지원활동이 다른 국제기구들에 뒤지지 않아요. 한국의 재난구호사역 수준이 한층 높아진 게 틀림없어요.”

선교사인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지진 참사 이후 복음의 문이 활짝 열렸다는 점이다.

“아이티는 현지 토속종교인 부두교도들이 70∼80%에 달할 정도로 우상숭배와 미신적 요소가 강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참사를 겪고 나서 이곳 현지어인 ‘크레올어’로 쓰인 성경이 한국 교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들어왔습니다. 너무 놀랍지 않습니까? 이미 영적인 변화는 시작됐어요.”

 

 

고양=박재찬 기자 jeep@kmib.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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