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소식지

복음소식 96호

에센=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글뤽아우프” 외치던 그들,

막장서 꿈 캐던 그 땅서 만난다

 

 

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1964년 12월 10일 한국 광부들이 일하던 함보른 탄광을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찾았다. 1963년 12월 21일 첫 광부 파독 이후 약 1년 만이다. 먼 이국땅 갱도에서 다치거나 죽는 동료들을 보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막장 안에서 버텨야 했던 광부들은 박 대통령 내외의 방문 소식만 듣고도 눈물을 흘렸다.

연단에 선 박 대통령이 “나라가 못살아 여러분들이 이국땅 지하 수천미터에서 이런 고생을 합니다.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라고 말하자 광부들은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도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당시 광부들은 부모의 임종 소식을 탄광 안에서 듣고, 가족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도 국제전화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고된 노동 속에서 고국에 대한 그리움에 시달렸던 이들에게 박 대통령 내외의 방문은 큰 힘이 됐다.

 

광부 파독 5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들이 재독 한인광부 단체인 ‘글뤽아우프(Gl몕ckauf)’ 주최로 올해 독일에서 열린다. 글뤽아우프는 지하 갱도로 내려갈 때 ‘무사히 지상에서 보자’는 뜻을 지닌 광부들의 인사말에서 따왔다.

오는 5월 4일 독일 구광산 지역인 에센에서 개최될 기념식에는 한국과 독일은 물론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파독 광부와 가족 등 1000여명이 참석해 광부 파독 50주년의 의미를 되새길 예정이다.

파독 광부들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독일 정부 관계자들도 기념식에 초청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초청할 예정이다. 박 당선인이 참석할 경우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의 방문을 기억하는 광부들에게 뜻

 

깊은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난을 못 이겨 광부를 독일로 보낸 50년 전 고국과 이제는 독일과 어깨를 겨룰 정도로 경제대국이 된 오늘의 고국을 생각하는 자리도 될 전망이다.

글뤽아우프회 고창원 회장은 “메르켈 총리를 초청했는데 아직 독일 정부의 공식 답변은 오지 않았다”면서 “외교 관례상 한국의 국가 수반급 인사가 기념식에 참석하면 메르켈 총리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 취임식에 초청돼 방한할 예정인 그는 “독일에서도 광부 파독 50주년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서 “파독 광부들은 과거를 추억하는 시간이 될 것이며 자녀들은 아버지가 조국과 가족을 위해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지 깨닫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부 파독은 1963년 12월부터 1977년 10월까지 14년 동안 이뤄졌으며 7936명이 독일의 광산에서 일했다. 이들이 국내에 송금한 돈은 한국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8년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1965년부터 1975년까지 국내에 송금한 액수가 모두 1억153만 달러(1105억원)라고 밝혔다. 1966년의 경우 광부와 간호사가 보낸 돈이 총 수출액의 1.9%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독일에 살고 있는 파독 광부 대부분은 적은 연금을 받으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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